EVERTON 2 : 2 LIVERPOOL
대한민국 시각 기준 10월 17일, 시즌 개막 이후로 파죽의 4연승을 달리던 안첼로티의 에버튼과 지난 시즌의 챔피언인 리버풀이 이번 시즌 첫 머지사이드 더비를 치뤘습니다. 특히 에버튼의 상승세로 어느 때보다도 기대감이 높았던 더비답게 경기 내내 활발하고 거친 플레이를 많이 볼 수 있었고(결국 막판에 에버튼의 히샤를리송 선수가 퇴장당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 팀이 서로 두 골씩 주고받으면서 경기는 2:2 무승부로 종료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티아고 선수(리버풀)와 하메스 로드리게스 선수(에버튼)가 축신 대결을 하는 양상이 굉장히 재미있던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도 어김없이 논란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후반 추가시간, 마네 선수의 패스를 받은 리버풀의 조던 헨더슨 선수가 픽포드 골키퍼를 이겨내고 득점에 성공하면서 리버풀이 3:2로 앞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VAR은 마네 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고 판정했고, 득점한 팀이 반칙을 범한 경우(오프사이드 위치에서 선수가 적극적으로 플레이한 becoming involved in active play 경우 반칙이 선언됩니다) 득점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헨더슨 선수의 골에 대해 No Goal을 선언하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상황이 오프사이드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VAR 판독 화면을 기준으로도 감별하기가 매우 어려웠고, 중립적인 해설위원조차 판정에 대하여 '노코멘트 하겠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오프사이드(Offside position)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머리, 몸, 또는 발의 어느 부분이 상대방 진영(하프웨이 라인은 제외)에 있고 / 머리, 몸, 또는 발의 어느 부분이 볼, 그리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있는 상대팀 선수보다 골라인에 더 가까이 있는 경우
when any part of the head, body, or feet is in the opponents’ half (excluding the halfway line) and when any part of the head, body or feet is nearer to the opponents’ goal line than both the ball and the second-last opponent
여기서 선수들의 손과 팔은 고려대상이 아니며, 상대팀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선수(두 명의 선수)와 동일 선상에 있는 경우는 오프사이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번 판정의 경우 아마 VAR의 판단이 맞기는 할 것입니다. 정밀한 판독을 통해 '아주' 미세한 차이를 찾아냈을 것이고(실제로 화면의 격자선[gridline]과 십자선[crosshair]을 살펴보면 오프사이드가 맞습니다), 0.1mm라고 하더라도 공격자가 오프사이드 라인보다 앞서 있다면 오프사이드인 것이 맞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오심이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고 편향된 결론입니다. 굳이 조사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마 리버풀도 이렇게 이득을 본 경우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이렇게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위치조차 VAR을 가동하여 판정해야 한다면 과연 오프사이드 룰에서 '동일 선상'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판정 기준의 명확함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없지 않고요. 저도 '노 코멘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기가 더더욱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전반전에 명백하게 에버튼에 유리해 보이는 판정이 한 번 더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반 8분 에버튼의 픽포드 골키퍼는 공에 대한 주도권을 점하려는 과정에서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 선수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했고, 이로 인해 리버풀 수비의 핵심인 반 다이크 선수는 부상으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주심은 픽포드 선수의 퇴장을 선언하기는커녕 옐로 카드조차 주지 않았고, 이로 인해 경기 초반부터 불타오르던 리버풀 팬들의 민심이 경기 막판에 가서 폭발하게 된 것입니다. 언제는 필요할 때 VAR을 활용하지도 않다가 또 언제는 불필요할 정도로 예민하게 VAR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절차냐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VAR이 국제 경기와 리그 등등에 도입된 이후로 꾸준히 제기된 주된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사실 팩트체크를 하자면, VAR은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픽포드 선수는 실제로 레드 카드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 이유도 오프사이드에 있는데요, 반 다이크 선수는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습니다(이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지난 알토크의 주제였던 난폭한 행위(Violent conduct)와 달리, 픽포드 선수의 행위는 기본적으로 볼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이는 심한 반칙 플레이(Serious foul play)에 해당합니다. 심한 반칙 플레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태클이나 도전이 상대방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든지, 과도한 힘을 사용하거나 잔혹하게 행동을 하는 경우
A tackle or challenge that endangers the safety of an opponent or uses excessive force or brutality
역시 난폭한 행위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볼에 대한 도전'이고 맥락적으로 합리적인 행위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심한 반칙 플레이와 난폭한 행위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위의 상황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픽포드 선수의 심한 반칙 플레이와 반 다이크 선수의 오프사이드 중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난 것은 후자입니다. 따라서 픽포드 선수의 심한 반칙 플레이는 반 다이크 선수의 오프사이드 상황 이후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난폭한 행위와는 달리, 심한 반칙 플레이는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발생한 경우 유효하지 않습니다(오직 난폭한 행위만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발생해도 판정에 유효한 것으로 처리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픽포드 선수가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경고를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에 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이유는 VAR제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이로 인한 불신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VAR 제도는 지난 19/20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사용되어 왔습니다. VAR은 기본적으로 판정의 객관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고, 매우 정교한 기술력을 사용하는 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동안 많이 접했던 것처럼 VAR은 여전히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판정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판정의 기준을 적용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에서의 명확성이 언제나 보장되지 않는다면, VAR은 심판의 한계를 메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더 객관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가 리버풀 팬이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던 경기였습니다. 리버풀의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지만, 최근 프리미어 리그를 지배했던 양강 구도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강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직 시즌의 초반에 불과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과연 어떤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될지 궁금하고, 이런 논란의 판정들이 그 운명에 얼마나 관여하게 될지도 불안하면서 동시에 기대되네요.
☑ 리버풀은 에버튼을 상대로 현재 23경기째 무패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리버풀의 역사에서 단일 상대팀을 대상으로 한 최장기 무패 기록입니다.
☑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를 통틀어 머지사이드 더비(에버튼-리버풀)에서 현재까지 총 22개의 레드 카드가 나왔는데, 이는 어느 팀들 간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 오늘 골을 통해 리버풀의 살라 선수는 클럽 통산 100호골을 달성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 살라 선수는 159경기만에 리버풀 통산 100골을 달성했는데, 이보다 빠른 페이스로 100골을 달성한 리버풀 선수는 오직 두 명(잭 파킨슨, 로저 헌트)밖에 없습니다.
☑ 에버튼의 칼버트-르윈 선수는 이번 시즌 개막 이후 5경기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에버튼 역사상 1938/39시즌 이후 처음입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시즌 개막 이후 5경기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칼버트-르윈을 통틀어 네 명밖에 없습니다.
Written by 배기찬
참고 사이트 : Premier League, Sky Sports, GiveMeSport
참고문헌 : IFAB Laws of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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