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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후토크

[알토크] 20/21 PL 3R - 맨유 1 : 6 토트넘

지난번 알토크도 맨유전이었는데, 또 맨유전입니다. 항상 불타오르는군요.

 

'무리뉴 매치'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토트넘의 일방적인 6-1 승리로 끝났습니다. 특히 손흥민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골 1도움을 몰아닥치며 엄청난 활약상을 보여주었는데요, 오늘의 골은 손흥민 선수의 커리어 첫 맨유전 골입니다. 지난번 사우스햄튼 전에서 4골 넣은 것도 그렇고, 이러다 주모 과로사 하시겠네요.

 

초반 8분 만에 양 팀에서 3골이 터지면서 일찌감치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만, 경기의 분수령이 된 것은 전반 28분에 있었던 앙토니 마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의 퇴장이었습니다. 코너킥 상황 중 경합 과정에서 마샬 선수가 에릭 라멜라(토트넘) 선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고, 라멜라 선수는 쓰러지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가차없이 레드 카드를 꺼내 들었고, VAR 역시 이를 확정지으며 마샬 선수의 퇴장을 선언했습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마샬 선수의 퇴장으로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이후 4골을 추가 실점하며 최악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Sky Sports를 잠깐 보았는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수비수이기도 한 게리 네빌 해설위원이 맨유의 처참한 경기력을 극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마샬 선수는 라멜라 선수에 대한 난폭한 행위로 다이렉트 퇴장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진만 보면 포그바 선수의 퇴장 같은데 해설위원 분들도 처음에는 헷갈려하셨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사진 출처 : PremierLeague-News.com)

 

 

마샬 선수가 즉각 퇴장을 당한 이유는 마샬 선수의 행동이 '난폭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국제 축구 평의회(IFAB)의 Laws of the Game은 '난폭한 행위(violent conduct)'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볼을 향한 도전을 하지 않으면서 상대 선수에게 과도한 힘의 사용 또는 잔인한 행동을 하거나 시도하는 행위, 또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머리나 얼굴을 가격한 행위로, 그 힘의 세기가 무시할 만한 것은 제외함

An action, which is not a challenge for the ball, which uses or attempts to use excessive force or brutality against an opponent or when a player deliberately strikes someone on the head or face unless the force used is negligible


마샬 선수는 분명히 라멜라 선수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가격하였으며, 힘의 세기가 무시할 만한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라멜라 선수가 난폭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쓰러진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샬 선수의 행위가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이는 난폭한 행위가 맞고, 라멜라 선수의 행위를 명백한 시뮬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마샬 선수가 다이렉트 레드를 받은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문제가 되는 라멜라 선수의 가격 장면 (사진 출처 : Sky Sports)

 

 

문제는 라멜라 선수 쪽입니다. 마샬 선수가 라멜라 선수를 가격하기 이전의 상황을 보면 분명 라멜라 선수가 먼저 팔꿈치로 마샬 선수의 턱을 칩니다. 따지고 보면 라멜라 선수의 도발에 마샬 선수가 반격한 상황이라고 봐야 하겠죠. 결과적으로 라멜라 선수는 앙토니 마샬 선수와는 달리 옐로우 카드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Sky Sports의 패널인 그레이엄 수네스는 이 상황에 대해 "라멜라 선수와 마샬 선수 둘 다 퇴장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 맞다"라고 주장했는데요(수네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라멜라 선수에게 퇴장을 선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옐로 카드를 줄 수 있는 근거를 굳이 찾자면, IFAB는 반칙 행위에 있어 그 의도성과 정도에 기반하여 유형을 나누는데요, '조심성 없이(careless)''무모하게(reckless)' 그리고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using excessive force)'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여기서 다이렉트 퇴장인 '난폭한 행위'에 해당하는 수식어는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 입니다. 이는 선수가 필요한 힘을 초과하여 사용하였거나 상대방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경우를 말하는데 마샬 선수는 적어도 전자의 경우를 충족하죠. '무모하게'는 선수가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위험, 또는 그 위험의 결과를 무시한 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옐로 카드(경고 조치)를 받게 되는데 라멜라 선수가 이 판정을 받았습니다. 일전에 VAR은 라멜라 선수의 행동에 대해 'No Red Card'를 판정했죠. 그렇다면 라멜라 선수는 '마샬 선수와는 달리' '상대방에게 가해지는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하게' 반칙을 저지른 셈이 됩니다.

 

 

 

 

글쎄요... 이런 상황에서의 판정은 어느 정도 심판의 재량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저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라멜라 선수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어 보이지도 않고, 이후 마샬 선수가 보인 행동과 정도 면에서 크게 달라 보이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샬 선수의 행동이 난폭한 행위가 맞다면, 라멜라 선수 역시 같은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라멜라 선수의 유별난 반응으로 인해 서로 다른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면, 라멜라 선수가 쓰러지면서 어필을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시뮬레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확실한 건 에릭 라멜라 선수의 행동이 매우 신사적이지 못했고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영 찜찜한 승리네요.

 

이와 별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수비력이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특히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인 해리 매과이어 선수는 게리 네빌 해설위원로부터 극딜 폭격을 맞았더군요. 현재 제이든 산초부터 에딘손 카바니까지 많은 선수들과 링크가 나고 있지만, 지금 맨유에게 가장 급한 자원은 공격이 아닌 수비수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황유'의 부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요, 수비를 보강하지 못한다면 날개를 끝끝내 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 오늘 손흥민 선수의 골은 커리어 첫 맨유전 골입니다.

☑ 이번 시즌은 86/87 시즌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개막 후 홈에서 2경기 연속 패배한 첫 시즌입니다.

☑ 그리고 72/73 시즌 이후 처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개막 후 3경기 연속으로 멀티 실점한 시즌이기도 합니다.

☑ 전반전에만 4골을 실점한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사를 통틀어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Written by 배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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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 Sky Sports

참고 문헌 : IFAB Laws of the 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