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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학개론

[축개론][번외] 홈그로운이 도대체 뭔데? - 아스날 팬이 보는 외질

안녕하세요! 벤치남들입니다.

 

원래는 '[축개론] 포지션_풀백/윙백 편'을 작성해야 하는데요. 필자의 게으름(?)으로 쓰지 못해, 최근에 이슈가 될 만한 것들에 대해 번외 편으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포지션 편은 추후에 다시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PL을 비롯한 유럽리그들이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여가 다 되어 가고 있는데요. 시즌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각 대회별 선수 명단이 정해지는 시기인 지금! PL에서 시행되고 있는 홈그로운(Homegrown Player Rule)’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홈그로운이란, 잉글랜드/웨일스 출신 선수들을 일정 숫자 이상 팀 스쿼드에 포함시키는 것인데요.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알아보도록 할테니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홈그로운 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최근 아스날 팬들이라면 안타까워할 수도 있는 소식들이 자꾸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필자가 구너이기 때문에 오늘 칼럼은 홈그로운 제도가 주이긴 하지만 아스날 얘기도 심심찮게 나올 예정입니다!)… 그건 바로! 13-14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 거짓말처럼 아스날로 왔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터키강동원외질에 관련한 이야기들인데요. 뭐 외질과 관련해서는 언젠가 따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브레이크 이후 명단 제외되던 외질이 20-21시즌 명단에서도 제외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고 실제로 일부 대회 명단에서는 제외된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10/21일 기준으로 PL 명단에서도 최종적으로 제외돼서 실질적으로 외질이 나갈 수 있는 대회는 리그컵 뿐..)

 

월드클래스(였던) 공격형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 ; 출처_bbc

 

외질은 정치적인 이슈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인권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에도 개인적인 서명을 자주 냈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로나 브레이크 기간 주급 삭감을 거부했던 것이 구단과의 마찰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주급 삭감을 거부하고 따로 기부를 하긴 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장점만 보기에는 단점이 너무나도 뚜렷한 외질의 기량, 아스날 감독 아르테타의 전술적 방향성 등과 같은 내적인 이유가 맞물려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외질이 축구적으로 그렇게 표면적인 입장을 내지 않기 때문에 구너들은 더욱 답답한 상황이기도 하지요.

 

자꾸 얘기가 딴 데로 새는 것만 같은데, 외질 사가에서 문제가 됐던 것이 바로 홈그로운이었기 때문에 이번 칼럼에서 외질과 아스날, 그리고 홈그로운에 대해서 엮으려 했던 것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외질이 팀 내 최고 주급을 수령하는 선수이며,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팬들과 전문가들은 외질이 20-21 시즌에 리그나 컵대회 명단에 포함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스날이 홈그로운을 충족시키기 위해 논 홈그로운 잉여자원들을 대부분 방출시키려 했어서, 내년 여름까지였던 아스날과 외질의 동행은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듯싶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 클럽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고, 선수들의 방출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스날이 선수들을 전부 다 1군 명단에 등록시킬 수 없게 된 것이죠. 그리고 그 희생양(?)이 외질이 된 것입니다. 명단에 등록시켜 쓰면 도움은 될 자원이지만 등록시키기에는 전술적으로 맞지 않고, 그렇다고 등록시키지 않기에는 선수를 기용하지도 못하고 주급은 낭비되고. 딱 이 상황에 놓인 거죠. 구너이자 외질의 오랜 팬인 필자로서는 이 상황이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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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홈그로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홈그로운 제도는 PL 사무국이 2015년부터국적에 상관없이 만 21세 이전의 나이에 3년간 잉글랜드 및 웨일스 소속의 클럽에서 훈련한 선수를 홈그로운 선수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뭐 일단 이 제도의 정의만 보고 떠오르는 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제도구나가 대부분일 텐데요. 이 제도 자체가 1차원적으로는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도 가져다줄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는 유소년 시스템의 체계화와 PL 팀들의 무분별한 영입 방지를 위한 PL 사무국의 취지가 이면에 존재합니다.

 

사실, 홈그로운이 제정되기 전인 2010년, FA(잉글랜드축구협회)는 PL에 '25인 로스터 등록 제한 제도'를 도입해서 한 시즌 동안 리그에서 뛸 수 있는 팀 내 선수를 25명으로 제한시켰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무분별한 영입을 막아 구단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축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살리려는 의도가 그 아래 존재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구단들, 소위 말하는 슈가 대디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PL에서 잉글랜드 선수들이 활약하기보다는 다른 국적의 용병 선수들이 활약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죠. 이는 멀리 봤을 때 결국 자국 리그의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국제 대회에서도 좀처럼 힘을 못쓰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FA는 나름 머리를(?) 썼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했던 18-19 펩의 맨시티 ; 출처_YouTube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홈그로운 규정에 대해 살펴보면, PL 내 모든 클럽은 로스터를 등록할 때 25명의 선수 중 8명을 홈그로운 선수로 채워야 합니다. 8명을 채우지 못하면 유소년 선수를 콜업(Call-up)해서 빈자리를 채우거나, 만약에 채우지 않는다면 안 채운 대로 더 적은 인원을 활용해서 시즌을 소화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클럽들은 유소년 아카데미를 적극 활용하게 됩니다. 선수로 등록할 수 있는 인원도 정해져 있고, 홈그로운 출신도 채워야 하고... 원석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 버린 거죠. 그래도 뭐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구단들을 그런 거 없어도 잘 하기는 합니다. 단적인 사례로는 18/19 시즌 맨시티가 4명의 홈그로운 선수만을 등록해서 21명으로 모든 대회를 진행했던 것이 있죠. 그런데 그런 로스터로 시즌을 소화해도 우승권이라는 게 흠좀무..

 

이 제도에 대해 비판도 많은데, 선수 등록제한에 따른 자국 리그의 경쟁력 약화(어쩔 수 없이 로스터를 위해 실력이 낮더라도 잉글랜드/웨일스 클럽 출신 선수들을 채워 경기에 기용하게 된다면), 8인 미 충족 시 그에 따른 리스크 감수(더 적은 로스터로 시즌 소화), 홈그로운 선수의 시장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함으로써 나올 수 있는 오버페이(통칭 뻥글랜드 프리미엄ㅋㅋㅋ) 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규정이 신설되고 5년가량이 지난 현시점에서 첫 번째, 두 번째 비판을 제외한 세 번째 비판이 좀 문제가 될 뿐 적당한 기준에 맞춰 규정이 잘 시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정상급 미드필더인 티아고보다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 공격수 브루스터의 금액이 더 높았던 것을 보면,,,  

 

해리 매과이어 이전 최고의 뻥글랜드(?)였던 스털링 ; 출처_Daily Mirror

 

일단 기본적으로는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리그, FA, 리그컵 이외에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는 상위권팀일수록 홈그로운 선수를 채우지 못할 때 스쿼드 운용에 차질이 많이 생기는 편입니다. 더 많은 대회를 나가야 하는데 로스터에 등록할 수 있는 선수들은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부상으로 선수들이 스쿼드를 이탈해 비교적 경기 경험이 적은 유스들을 경기에 내보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있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클럽들은 앞서 설명한 국적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잘 활용합니다. 잉글랜드나 웨일스 국적이 아니더라도 홈그로운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소년 선수들을 영입해 클럽에서 선수들을 육성시키는 것인데요. 폴 포그바, 로멜로 루카쿠, 엑토르 베예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잉글랜드 국적이지만 유소년 커리어를 타국 리그에서 쌓은 에릭 다이어 같은 경우는 홈그로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례가 되겠습니다. 또 몇 개월 가량의 차이로 홈그로운을 받지 못한 슈코드란 무스타피 등도 있습니다.

 

그런데 PL의 이 규정이 다른 유럽의 빅리그들에 비해 유달리 엄격한 규정이라고 보기 힘든 것이, 라 리가는 로스터 25명 중 논(Non)-EU 쿼터가 3명뿐이고, 그 중 홈그로운 요구 숫자는 잉글랜드의 절반인 4명이지만 논-EU 선수를 1년에 단 2명만 영입 가능하다는 좀 더 빡빡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빅리그 중 가장 개방적이라 볼 수 있는 분데스리가(다른 리그와 달리 논-EU 등록과 영입에 제한이 없는)도 경기 출전에 있어서는 논-EU 3명 제한이 있는 것을 볼 때 오히려 PL의 홈그로운 제도는 개방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홈그로운 숫자로 요구하는 8명은 챔피언스 리그 선수 등록 시 요구하는 수와 똑같기 때문에 챔피언스 리그권 팀들이라면 그 기준을 맞추기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타 리그 경쟁팀들보다 스쿼드를 짜는 데 골머리를 들 앓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볼 수 있죠. ㅋㅋㅋ

 

대신 챔피언스리그 출전 팀들은 25인 스쿼드에서 해당 국가에서 만 21세 이전에 3년 이상 훈련받은 선수 8명과 출전 팀에서 만 21세 이전에 3년 이상 훈련받은 선수, 즉 팀 그로운 4명을 필수적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에 챔피언스 리그 출전 시에는 오히려 홈그로운보다는 팀 그로운이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물론 유소년 선수, 정확히는 만 20세 이하의 선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선수 등록을 할 필요 없이 경기에 내보낼 수 있긴 합니다.

 

맨유 입단 시 워크퍼밋 문제로 '거스 히딩크', '알렉스 퍼거슨', '요한 크루이프' 의 보증을 받은 박지성 ; 출처_Manchester Utd

 

PL에서 해외 선수에 배타적으로 느껴질 법한 것은 오히려 워크퍼밋이 더 큽니다. 영연방 외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입단을 위한 취업비자를 발급받는 것에 문제가 없는데요. 왜냐면 해당 국가의 노동청에서 구단을 신용도가 높은 보증인으로 간주하고 선수 영입에 대해 이의 없이 비자를 발급해주기 때문입니다. 영입하려는 선수가 만약에 같은 EU 국가면 당연히 비자를 발급받을 필요조차 없게 됩니다. 영국 또한 EU 국가 출신 선수들의 비자 발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EU 국가가 아니거나 영연방 국가로서 취업비자 발급을 우대해주는 국가가 아니라면 워크퍼밋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뭐 피파랭킹, A매치 출전 비율, 보증해줄 수 있는 축구계 유명인 등등 엄청나게 까다롭고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이 많아지죠(FM에서 남미 유망주들 영입할 때 비자 안 나오면..ㅗㅜㅑ). 당연히 해당 선수의 몸값으로 구단이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지불할 정도면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중하위 구단들이 영입하려는 선수는 보통 유럽이나 피파 고랭 킹 국가 출신이 아닌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체급에 맞는 저렴한 해외 선수 수급에 애로사항이 생기게 됩니다.

 

,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홈그로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홈그로운에 대한 내용을 알고 나니 외질의 문제가 이에 대해 정말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란 생각이 들지 않나요??(구너의 주책입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포지션, 포메이션이 축구를 볼 때 알고 있으면 좀 더 경기를 이해하고 즐기기 쉽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이런 식으로 이슈가 되는 규정 같은 것도 자주 써보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ten by 문세찬